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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좌우날개로 날다(10/16) -해방49돌의 반성
작성자 : 고** 작성일 : 2023-09-06 조회 : 89
담당부서
*윤정부의 '새날개론'은 엉터리다. 원조 새날개론을 공부하자!
(지금은 해방 70돌이 되었다. 부끄러운 식민지 역사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

1994년 8월 13일 한겨레신문 1면 '한겨레 논단'
리영희 한양대 교수 <해방49돌의 반성>

12.12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12일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에 착수했다.

해마다의 일이지만 올해도 8.15를 맞는 심정은 기쁨이나 감흥에 못지않게 우울함과 한스러움이 앞선다. 외세의 오랜 억압과 모멸에서 풀려난 지 한 해가 모자라는 50년! 어느덧 반세기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세상만사가 그러하듯이, 오늘의 우리를 성찰하고 내일의 지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출발의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1945년 이날, 해방의 기쁨에 젖은 온겨레가 한마음으로 다짐한 몇 가지 결의가 있다. 민족적 미래의 자화상이다.
다시는 외세의 지배를 받지 않게끔 민족정기를 확립하자는 것이 약속의 첫째였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통일국가를 세우자는 것이 둘째요, 그 국가와 정부는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 민족적 자주와 주체여야 함이 셋째였다. 새 나라의 삶은 민주주의여야 하고, 그 목표는 자유와 평등의 실현임이 합의됐다. 굶주리지 않고 잘 살아보자는 다짐이 여섯째고, 나라의 안팎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평화의 의지가 신생 독립국가의 자화상을 완결했다.
이제 반세기가 지났다. 식민지 시대를 어려서 살았던 나 같은 세대는, 우리의 선배인 독립투사들이 겪어야 했던 36년, 식민지 백성인 아버지·어머니들이 신음해야 했던 36년이 끝도 없는 "영원"처럼 생각됐었다. 그 36년조차 영원 같아 보였는데, 분단 49년이 지났어도 온 겨레가 하나 된 독립국가를 세우자는 기약은 아직 앞이 캄캄하다. 통일을 거부하는 세력까지 있다. 38도선 이북에 먼저 들어온 소련군에 태극기를 흔들고, 또 이어서 38도선 이남에 진주해온 미국 군대에 환호성을 질렀던 세대의 마음에는 민족 분단은 다만 "몇 달"이면 끝날 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노예화됐던 민족의 더러워진 피를 걸러서, 새 부대에 새 피를 담아서 새 나라를 세우자는 결의는, 친일파와 민족반역자들에게 새 나라를 맡겨버린 미국 군정과 리승만 초대 대통령의 분별없는 처사로 이 나라의 숱한 불행의 원인이 되었다.

첫번째 단추를 잘못 채운 까닭으로 해서 그 뒤 민족의 주체성이나 자주성은 크게 훼손되었다. 해방 50년이 지난 이 강토에는 아직도 외국 군대와 기지가 나라의 주인처럼 움직일 줄 모른다. 정치·군사·외교·문화·사상면에서 대미 의존은 자주 민족으로서 생각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나라의 안팎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염원과 결의는, 민족의 절반인 북한의 6.25 남침 행위로 일찌감치 깨어졌다. 미·소의 외세에 의한 민족 분단의 상황 논리적 결과라 하더라도, 북한의 남침행위는 남한에서의 친일파 온존과 더불어 남·북이 저지른 두 가지의 결정적 불행으로 남는다. 민족이 해방된 날에 굳게 맹서했던 이 두 가지의 초심이 무너진 까닭에 오늘 49년 전을 되돌아보는 뜻있는 이들의 마음이 우울해지는 것이다. 지금도 남·북에는 평화보다 대결과 전쟁을 원하는 세력이 있어 보인다. 이들이 민족의 화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런 중에서도 한가지의 초심은 이루어지고 있고, 내일에의 희망도 어둡지 않다. "굶주리지 않고 배불리 살아보자"는 물질적 희구는 다른 염원과 약속들을 희생으로 해서 웬만큼 실현돼가고 있다. 북한 동포에 비한다면, 다른 정신적·도덕적 가치들을 소홀히한 결과이고, 심각한 불평등과 부패·타락의문제를 내포하면서도 어쨌든 49년간의 성과는 긍정할 만하다.

마지막 남은, 그러나 그 중요함에 있어 오히려 으뜸으로 꼽을 변함없는 걸림돌이 있다. 사회의 민주화와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49년간의 구친일적 극우·냉전 "반공 유일사상" 신봉세력의 끊임없는 역동이다. 이들은 밖으로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낡은 공포통치의 수법에 의존하여 기득권익 수호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1994년의 8.15를 이 역풍 속에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군부독재 시대로의 역행이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49년 전의 초심을 돌아보면서 내일을 위한 다짐을 새로이 해야 할 때이다.

연재 리영희의 좌우 날개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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