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의 좌우날개로 날다(11/16) -매카시즘 공포정치의 교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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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부의 엉터리 '새날개론'의 원조. 리영희 교수의 글... 30년 전 글인데도 여전히 생생한 것은
분단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공부해서 남 주자! ---------------------------------------------------------- 1994년 8월 27일 한겨레신문 1면 '한겨레 논단' 리영희 한양대 교수 <매카시즘 공포정치의 교훈>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다. 상식과 정상은 간데없고 비상식과 비정상이 지배하고 있다. 조용한 이론과 정연한 논리는 밀려나고, 우격다짐과 고함소리만이 나라 안에 가득하다. 증오와 공포의 원시시대이다. 그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라도 한판 붙었으면 하고 기다리던 수구세력들의 간절한 희망이 깨어지면서 일어나고 있는 "평화공포증" 현상이다. 해방 이후 50년간 우리가 경험했듯이, 평화공포증은 "적색공포증"과 표리를 이룬다. 평화가 두려운 눈에는 모든 것이 붉게만 보이는 위험한 증상이다. 국가의 권력과 수구세력의 병증이 이 단계에 이르렀을 때 일어나는 일반현상이 있다. "매카시즘"이라는 권력의 발작상태이다. 극우·반공 이외에는 모든 것이 붉게 보이고, 붉게 보이는 것(그러니까 자기 이외의 모든 것)은 억압과 타도와 말살의 대상으로 여기는 병적 증후군이다. 불행하게도 "자유민주주의"의 나라라고 자랑하던 미국이 1950년부터 55년까지 5년간 이 중병을 앓았다.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라는 42살의 미국 연방상원 초선 의원이 느닷없이 한 다발의 종이뭉치를 신문기자들 앞에서 흔들어 보이면서, "미국 정부(국무부)의 고위층 안에 2백5명의 "빨갱이"가 잠복해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폭로"는 미국의 조야를 들썩이게 했고, 그 뒤 수년간 미국을 적색공포증의 극우·반공 공포정치로 타락시켰던 것이다. "소련에서는 스탈린이 "극좌·공산 공포정치"를 실현하는 데 30년이 걸렸고,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극우·반공 공포정치"를 실현하는 데 15년이 걸렸다.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라는 미국을 "극우·반공 공포정치"로 바꾸어버리는 데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설명이 사태의 진상을 말해준다. "극우"는 "극좌"와 통한다. 변증법의 이론대로 "반공"은 "공산"이라는 적대물에 전화한 것이다. 무서운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매카시즘에는 몇 가지의 행동상 특징이 있었다.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의 전면적 파괴이다. 즉, 시민 전체를 상호 감시자로 만들며, 밀고를 미덕으로 여기도록 부추긴다. 국민 모두를 밀고자로 내모는 정치이다. 타인의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밀고하는 자는 그 진실 여부에 대해 책임을지지 않는다. 즉 "밀고의 무책임성"이다. 민주주의제도의 대원칙인 "증거재판주의"가 폐기된 것이다. 누군가가 "빨갱이다"라거나 "빨갱이일지도 모른다"라고 발언하면 그것이 아무리 근거 없고 무책임한 발설이라도 "영웅"의 칭송을 받고, "용기있는 지식인"의 표상이 되었다. 바로 서강대학교 총장 박홍 신부가 한국적 표본이다. 매카시즘은 종교의 광적 성향에서 그 대변인을 찾는다. 그 대표적 인물이 빌리 그레이엄 목사(부흥사)이다. 1950년대초,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허름한 천막 교회를 운영하던, 누구도 그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매카시 의원의 눈에 든 뒤에 하루아침에 화려한 "극우·반공십자군의 기수"가 되었다. 우리는 군부독재 시대의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그의 "사자후"를 듣게 된다. 그의 선동에 넋을 잃은 한국 교회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매카시즘 공포정치의 진정한 협력자이자 하수인은 미국의 소위 언론기관이었다. 미국 현대사에서 언제나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의 대변자였던 타임(TIME)과 라이프(LIFE) 출판제국, 극우·반공·수구세력의 수호자였던 허스트계 신문 왕국의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동맹이 매카시 의원과 빌리 그레이엄으로 상징되는 공포정치의 전위부대이고 후원자였다. <조선일보>를 선두로 한 한국의 소위 "언론(인)기관"들의 작태가 그것이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간판 아래서 언제나 긴장·전쟁·군부독재·공포정치를 부추기는 매카시즘적 "언론", 이것이 모든 국민적 불행의 주범이다. 끝으로 참고 삼아 적어두자면, 매카시 의원과 그의 위원회가 고발한 수천 명의 "빨갱이" 가운데 정치적 박해는 받았지만 정식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이것이 매카시즘이다. 연재 리영희의 좌우 날개로 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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