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세한 언어의 시인
정지용을 만나다.
초가삼간(草家三間) 집을 짓고 뜰 안 텃밭 일구어 푸성귀 내어먹고, 소작(小作)시름 힘겹더라도 살뜰한 아내 덕에 부모자식 건사하면 행복하였던 시절
부엌 하나에 안방, 골방 나누고 방 앞에 툇마루 내고, 지붕에 이엉 얹어지면 초가삼간은 마련되었으며,
싸리가지 꺾고 엮어 마당을 비잉 둘러 세워두면 그 안은 뜰이었고, 집안 들락거릴 사립문 하나 엮어 세우면 어엿한 민가하나 지어졌었던 시절..
박 익고 감 익는 가을을 훌쩍 넘어선 초가(草家)의 뜰 안 감나무에 까치밥 몇 알 남겨 놓고,
“배고프면 언제든 날아와 먹고 가라”는 인심에 보답하려는지,
까치는 가끔 반가운 손님소식 전했던 시절을 그대는 기억하는가.

대물림 가난에 시름 앓지만,
그래도 행복을 엮어가던 민초를 닮아 질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고향의 집이었다.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의 여인네 버선코처럼 살짝 치켜 올려진,
처마 끝과 용마루 끝의 멋스러움이 아무리 높다한들 초가집의 질박한 아름다움에 비할까.
그러나 이제는더 이상 그 정겹던 초가의 풍경은 애써 찾지 않으면 다가설 수 없는 것이 되고 보니 고향가면 동구 밖 지키는 둥구나무만 늙어가고 있다.
호암아트홀에서 그 잊혀져간 고향의 옛 모습은 온 국민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이동원, 박인수의 노래 ‘향수.'
그날 정지용의 시 ‘향수'를 가사로 하여 이동원의 다정한 목소리와 멀어져간 고향을 쫓는 듯, 아득한 박인수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노래 ‘향수'는 온 국민을 매료시켰다.
우리들의 가슴에 새겨진 고향의 정경을 오롯하게 담아낸 정지용의 시 ‘향수'는 대중위에 도도하게 군림하던 국립오페라단원 테너 박인수를 대중 속으로 끌어내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이때부터 정지용의 시 향수는 더 이상 암송의 대상만이 아니라 노래로서 우리의 사랑을 더욱 받게 되었다.
예전에도 그랬건만 시인 정지용은 이 노래로 인하여 국민시인의 자리를 다시 한번 확고히 다지게 되었으며 그 잊혀져 가던 고향의 정경은 이 노래로 인하여 우리들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