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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을 면한 환평리

대청호 주변 옥천의 산하는
이제 호수를 꿈꾸고 있다.

환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는 그 동편의 자락에 산마을과 호숫가 마을이 있다.

산마을로는 환평리, 공곡재(공곡재 너머 마을이라서 붙여진 마을이름)이고 호숫가 마을은 추소리와 이평리이다.

환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는 호숫가 마을 사진
“옛날에는 동무들과 놀이삼아 횃불 들고 밤 고기잡이도 했고,
커서는 술안주 삼으려고 낚시도 하며 투망도 던졌지”,
“별미 삼아 잡기도 했고”,
“그것이 전부여 그저 먹을 만큼만 잡고 많다 싶으면 이웃들 나눠주고...”.
논과 밭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환평리 마을의 초입 풍경사진

초입부터 언덕으로 치닫는

이 길을 가다보면 고개 마루에서 바라보는 옥천읍 북부의 풍경이 시원하게 보이며 장용산과 대성산, 월이산, 서대산이 조망된다. 군북파출소에서 굴다리 지나고 언덕너머 3.2km 거리에 환평리가 위치한다. 환평리는 예부터 산지마을이어서 산등성이를 일구어 논밭을 삼았다.

산지마을이라 대청호 수면보다 지대가 높아 수몰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환평리는 큰 변화를 겪지 않고 예전처럼 길 주변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다시 마을 주변은 산을 개간한 논밭이어서 환평리 초입은 길 아래 다랭이 논과 밭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골마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길 따라 마을에 들어서자 길 위로 마을의 반이 길 아래로 마을의 반이 나뉘어져 한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을회관 아래 구멍가게가 있는데, 이 가게는 환평리, 추소리, 이평리를 통 털어 하나뿐이다.

환평리 마을의 명소인 구멍가게 사진

마을사람들이야

읍내 갈 때 필요한 것을 미리 사다 놓아 별 아쉬울 것 없겠지만, 그런 줄도 모르고 찾아온 길손은 이마져 없으면 아쉬운 것이 많을 터. 그런 덕에 환평리의 구멍가게는 이곳을 지나는 나들이 온 연인과 가족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구멍가게 앞에 앉아계신 환평리 마을의 할머님 네분과 동네사람들 사진

시골에 있어서

보통 마을 어귀에 자리 잡는 구멍가게는 동네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마을의 어르신이신 할머니 네 분이 가게 앞에 마련된 긴 의자에 않아 길 바라기 하신다.

마을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니 마을의 민속하나쯤 전해지게 마련이어서 “혹시 일년에 한번씩 마을에서 공동으로 제를 지내고 있나요?”라는 물음에 등 뒤를 가리키며 “저어기, 저 산에 소나무”, “저기는 아무나 오르지도 못하고, 나뭇가지 하나라도 함부로 못 꺽어” 환산의 줄기인지 마을로 자락을 내리다 우뚝 솟은 봉우리를 가리키시며 하시는 말씀이다.

한 눈에 봐도 오래된 소나무들이 빼곡한 봉우리인데, 아마도 그 꼭대기에 아름드리 소나무 한그루 있어 환평리의 산신이 되었는가보다. 오래전부터 산마을 이었으니 산신과 인연을 맺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환평리의 토템(totem)이다.

1975년 3월에 착공하여 1980년 12월에 완공한 대청댐의 담수가 시작되면서 어릴 적 추억이 무르익던 옥천의 안남면과 안내면의 강마을은 금강의 아름답던 여울과 함께 물속에 잠기었다.

그 언저리 높게만 보였던 산들은 제 키만큼 불어난 물에 산자락을 드리우고, 더러는 물 돌아가는 산모롱이가 되고 더러는 섬이 되어 호수의 잔물결만 찰싹인다.

실개천 흐르는 듯 맑디맑았던 금강 여울이 대하(大河)를 보는 듯 하게 변하여 대청호로 흘러들고, 대청호는 바다가 없는 충청북도의 땅에서 다도해 (多島海)의 풍광처럼 모습을 바꾸었다. 호수의, 물안개 피어올라 자무룩한 아침의 고요가 있고, 안개 걷혀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 비경이 있으며, 해질 무렵 황금빛 잔물결이 먼 산의 실루엣을 머금고 있는 풍경 속에서 대청호 주변 옥천의 산하는 이제 호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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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