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너머 하늘만 빼꼼한 이평리 공곡재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마을
추소리에서 호수너머로 건너다 뵈는 이평리 수정가든도 고개 넘어 호숫가 세집과 공곡재 넘기 전 숲속의 3집도 오지인데 수정가든에서 언덕을 넘어 호숫가를 지나고 산길을 따라 가다가 구절양장 공곡재 고갯마루너머까지 3.6km를 더 가야 닿을 수 있는 또 다른 이평리는 하늘만 빼꼼한 오지중의 오지이다.
뱃길도 닿지 않고 차도 오지 않는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이평리 공곡재. 대청호에 접한 마을이면서 산골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마을이다.
볕이 잘 드는 완만하고 넓은 산의 경사면은 논밭을 일구고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형이어서
이평리 수몰민 중 몇 가구가 이곳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여태껏 살고 있는가보다.
그러나 온통 비탈 밭에
손바닥만한 논 한 쪼가리 찾아볼 수 없는 이평리 공곡재에서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저녁밥을 짓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 마을에 이미 어둠이 내렸다. 나그네는 한밤중은 아니지만 다 저녁때 주인을 부르기가 어설퍼 그만,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되돌린다. 되돌리는 발길, 길가의 어느 집 아이들이 살고 있는 모양이다.
무엇을 놓고 싸우는지 동생인 듯한 남자 아이가 울음보를 터뜨린다. 뒤이어 들리는 아이들 엄마의 나무람. 적막강산의 산골마을에서 듣는 아이들 소리가 반갑고 안심스럽다. 아이들 소리를 듣지 않았더라면 돌아 나가는 길이 매우 쓸쓸했을 것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이평리 사람을 만났다.
수정가든을 운영하고 있는 박장섭씨(34)는 이평리가 수몰되면서 9살의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부모님과 함께 옥천읍에서 살다가 3년 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이다. 박장섭씨의 증언에 의하면 수몰 전 100호가량의 큰 마을을 이루었던 이평리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지금처럼 마을사람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살게 된 것은 논밭을 일굴만한 땅이 적고 대부분 험한 산지라서 각자 형편대로 삶의 터전을 새로 일구다 보니 지금처럼 되었단다.
실개천 흐르는 듯 맑디맑았던 금강 여울이 대하(大河)를 보는 듯 하게 변하여 대청호로 흘러들고, 대청호는 바다가 없는 충청북도의 땅에서 다도해(多島海)의 풍광처럼 모습을 바꾸었다.
호수의, 물안개 피어올라 자무룩한 아침의 고요가 있고, 안개 걷혀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 비경이 있으며, 해질 무렵 황금빛 잔물결이 먼 산의 실루엣을 머금고 있는 풍경 속에서 대청호 주변 옥천의 산하는 이제 호수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