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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회 정지용문학상
저녁이 올 때
글 문태준
내가 들어서는 여기는
옛 석굴의 내부 같아요
나는 희미해져요
나는 사라져요
나는 풀벌레 무리 속에
나는 모래알, 잎새
나는 이제 구름, 애가(哀歌), 빗방울
산 그림자가 물가의 물처럼 움직여요
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어요
새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바꿔 가며 날아 앉아요
새들이 날아가도록 허공은 왼쪽을 크게 비워 놓았어요
모두가
흐르는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서쪽 하늘로 가는 돛배처럼
옛 석굴의 내부 같아요
나는 희미해져요
나는 사라져요
나는 풀벌레 무리 속에
나는 모래알, 잎새
나는 이제 구름, 애가(哀歌), 빗방울
산 그림자가 물가의 물처럼 움직여요
나무의 한 가지 한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어요
새들은 나뭇가지를 서로 바꿔 가며 날아 앉아요
새들이 날아가도록 허공은 왼쪽을 크게 비워 놓았어요
모두가
흐르는 물의 일부가 된 것처럼
서쪽 하늘로 가는 돛배처럼
문태준 시인
1970년 경북 김천에서 출생해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處暑〉외 아홉 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4년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2005년 〈미당문학상〉, 2006년 〈소월시문학상〉, 2014년 〈서정시학작품상〉, 2018년 〈목월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