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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 된 사진 없음 24회 지용신인문학상
순한 골목
글 박 한
골목은 왜 이리 얌전한지
자꾸만 쓰다듬고 싶어요
숨을 쉬는데
신호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손가락 마디를 보면
내가 헤맸던 길목을 알 수 있죠
매일 걸어 다녀도
달이 지는 법은 배울 수가 없어요
사실 골목은 지붕들이 기르는 것이라서
부르는 이름들이 달라요
고장 난 컴퓨터였다가
산지 직송 고등어였다가
김숙자 씨였다가
지현이 엄마였다가
가끔은 현석아 놀자가 돼요
왜 골목이
밤이면 군데군데 멍이 드는지
술 취해 돌아오는 일용직
김기석 씨를 보면 알죠
그래도 골목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쫓기는 사람들이
모두 골목으로 숨어드는 지는
좁아야만 이해하는 습성
나또 쫓아오는 생활을 따돌리고
골목에서 뒷발로만 서 봅니다
창빡에선 내가 걸어가고 있고요
멀리 돌아갈 수 없는
직선이 없는 지도는
여기에서 발명 되었습니다
깨우지 마세요
난폭하진 않지만 겁이 많은 사람들이
불빛을 말고 숨어버릴 지도 몰라요
쫑긋 세운 옥상들이 바람을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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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9.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