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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지용신인문학상
순한 골목
글 박 한
골목은 왜 이리 얌전한지
자꾸만 쓰다듬고 싶어요
숨을 쉬는데
신호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손가락 마디를 보면
내가 헤맸던 길목을 알 수 있죠
매일 걸어 다녀도
달이 지는 법은 배울 수가 없어요
사실 골목은 지붕들이 기르는 것이라서
부르는 이름들이 달라요
고장 난 컴퓨터였다가
산지 직송 고등어였다가
김숙자 씨였다가
지현이 엄마였다가
가끔은 현석아 놀자가 돼요
왜 골목이
밤이면 군데군데 멍이 드는지
술 취해 돌아오는 일용직
김기석 씨를 보면 알죠
그래도 골목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쫓기는 사람들이
모두 골목으로 숨어드는 지는
좁아야만 이해하는 습성
나또 쫓아오는 생활을 따돌리고
골목에서 뒷발로만 서 봅니다
창빡에선 내가 걸어가고 있고요
멀리 돌아갈 수 없는
직선이 없는 지도는
여기에서 발명 되었습니다
깨우지 마세요
난폭하진 않지만 겁이 많은 사람들이
불빛을 말고 숨어버릴 지도 몰라요
쫑긋 세운 옥상들이 바람을 듣고 있습니다
자꾸만 쓰다듬고 싶어요
숨을 쉬는데
신호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손가락 마디를 보면
내가 헤맸던 길목을 알 수 있죠
매일 걸어 다녀도
달이 지는 법은 배울 수가 없어요
사실 골목은 지붕들이 기르는 것이라서
부르는 이름들이 달라요
고장 난 컴퓨터였다가
산지 직송 고등어였다가
김숙자 씨였다가
지현이 엄마였다가
가끔은 현석아 놀자가 돼요
왜 골목이
밤이면 군데군데 멍이 드는지
술 취해 돌아오는 일용직
김기석 씨를 보면 알죠
그래도 골목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쫓기는 사람들이
모두 골목으로 숨어드는 지는
좁아야만 이해하는 습성
나또 쫓아오는 생활을 따돌리고
골목에서 뒷발로만 서 봅니다
창빡에선 내가 걸어가고 있고요
멀리 돌아갈 수 없는
직선이 없는 지도는
여기에서 발명 되었습니다
깨우지 마세요
난폭하진 않지만 겁이 많은 사람들이
불빛을 말고 숨어버릴 지도 몰라요
쫑긋 세운 옥상들이 바람을 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