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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 사진 26회 지용신인문학상
아파트 인드라망
글 이 선
차 한 잔 들고 창가로 가면
맞은편 101동이 성큼 다가온다
먼 나라에서 내려오신 함석지붕들
푸른 하늘 모래알 이야기를 받아 적느라
자글자글 삼매에 빠졌다
꼼꼼하게 써 내려간 경문들
구절구절 기왓장마다
흐르는 법문이 팔만이겠다
이렇게 우리 마주 보는 거울이듯
모든 동과 세대들
주고받는 선문답이 무량이겠다
구구절절 날아드는 비둘기들
벽에 갇힌 창문들도 틈틈이 귀를 열고
질서정연하게 밖으로 향해 있다
한 치 흔들림 없는 수평의 감각으로
층층이 견뎌내고 있을 천장들
모두 하나같이 바닥으로 존재할 터
내가 딛고 있는 이 자리
아래층에서 받쳐주듯
위층 이웃들 고단한 몸 뉠 수 있도록
내 생의 천장 높이 받드는 일
누겁의 업장을 녹이듯
하루하루 달게 받들어 모시는 일
삼키고 삼켜도 끓어오르는 솥단지 삼독을
식어 버린 한 모금의 찻물로 달래는 지금은
녹음이 독물처럼 퍼져나가는 상심의 계절
저 멀리 하늘가 햇살 비추이는 아파트들
수미산 그물망처럼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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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9.02.15